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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에, 또 몇 번인지 흰빛의 줄기에서는 칼을 휘두르는 쉭쉭, 소리가 들려 왔다.

쇳소리인지, 바람 소리인지 분간키도 어려운 매서운 음향.네 놈의 장정들은 벽에

걸려 있는 또 다른 무기를 저마다 뽑아 들자 그 흰빛의 줄기를 향하고 쏜살같이

쳐들어갔다.그러나 그 흰빛은 전광석화와 같이 한 번 번쩍하는 사이에 벌써 형당

문 밖으로 뺑소니를 쳐 버렸다. 그와 동시에 쇠 말뚝에 꽁꽁 묶여 있던 소년 마생

도 어디론지 종적을 감춰 버렸다. 형당사호란 장정놈들은 대경 실색하지 않을 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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없었다. 경각을 지체치 않고 형당 문 밖으로 쫓아 나갔다.그러나 그 한 줄기의 흰빛

은 왼편으로 있는 건물 지붕 꼭대기에서 한 번 번쩍했을 뿐,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

지 도무지 찾아낼 도리가 없었다.일이 이쯤 되고 보니, 형당사호란 장정놈들은 두

눈이 휘둥그래져서 어리둥절 바보처럼 넋을 잃고 멍청히 서 있을 뿐이었다. 경신

술(輕身術)로 말하자면 이 네 놈들도 남만 못지않은 재간은 지니고 있었다. 또 무

예계에서 경신술로 유명하다는 인물들도 놈들은 무수히 보아 왔다. 그러나 평생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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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게 신출귀몰하게 번갯불같이 날쌘 경신술을 쓰는 사람은 일찍이 본 일이 없

었다.형당사호 중에서 두목격인 허성이란 자가 두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소리를 질렀다.

“똑똑히 봤나? 어떤 놈인지?”놈들의 시선은 피차간에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더듬고

있을 뿐, 어떤 놈 하나도 대답이 없었다.사실인즉, 허성이란 놈이 다른 놈에게 묻

는 것부터 우스꽝스런 일이었다. 두목격인 허성이 확인하지 못한 그 흰빛의 정체

를 다른 세 놈들인들 어떻게 똑똑히 볼 수 있었을 것이랴!육기란 자가 한참 동안

이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겨우 대답했다.”십중 팔구 여자 같던데 ! 그 코웃음 소

리가 앙칼지고 쨍쨍한 것이라든지‥‥‥”동영이란 자가 히쭉벌쭉 웃으면서 대꾸했다.

“맞았어! 분명히 여자야! 옷자락에서 일어나는 바람에, 향긋한 여자 냄새가 풍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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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던걸 ! 어떤, 젊은 여자라는 것만을 나는 똑똑히 봤단 말야!”단지 황도란 자만은

묵묵히 무슨 생각에 젖어서, 입을 열지 않고 왼편으로 우뚝 솟아 있는 봉명루 지

붕 꼭대기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. 그 누각 꼭대기에서는 흐리멍텅한 광선

속에서 금빛이 번쩍번쩍하는 봉황새만이 제법 뽐내는 형상으로 버티고 있을 뿐

이었다.새벽녘이 되었다.한군데 인적이 희소하고 으슥한 숲속에, 다 낡은 묘(廟)가

한 채있었다. 새벽 햇살이 비스듬히 묘전(廟殿)문 안으로 쏘아 들어오기 시작했다.

묘 앞에 서 있는 두 그루 큼직한 잣나무 가지에 수많은 참새들이 재잘거리며 새

을 노래하고 있었다.어둠침침한 묘전 안 한쪽편 귀퉁이에 어떤 사람이 하나 나둥